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디자인=김승종 기자

올해 들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KS 미인증' 철강재 국내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 생활과 밀접합 아파트나 빌딩 등 대형 건축물 공사 현장에 스며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비(非)KS 인증 철강은 편법으로 들여오는 게 대부분이라 그 용처를 파악하기 어려워 정부당국 조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4년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는 시설 안전관리 부실과 함께 불량 건축자재 사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지난 2013년 3명이 숨진 삼성정밀화학 공장의 물탱크 사고도 기준 미달의 자재 사용으로 인한 결함이 문제가 됐다. 제2, 제3의 참사를 막기 위해선 국토교통부가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강재 수입은 423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이 중 대형 구조물 골조나 토목공사에 쓰이는 대표 강재인 H형강 수입량은 14만8969톤으로 전년 대비 63.5%가량 늘었다.

문제는 이 중 KS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품 수입량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다. 국내로 수입된 H형강 중 비KS 인증 제품은 6만913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2.8% 급증했다. 전체 H형강 수입량 중 비중도 54.2%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도 비KS 인증 H형강 수입량은 19만749톤으로 전년 대비 22.4% 늘었다.  

특히 수입된 비KS 인증 H형강 중 'SS400' 제품의 수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약 91%에 달한다. 현재 국내 토목, 건축 설계 시 SS400 제품은 사용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수입된 제품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KS 인증 철강 수입량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이 건축 구조물에 쓰이지 않고 부자재용으로만 모두 활용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산업이 불황을 맞아 건축 현장은 줄어들고 있는데 부자재로만 쓰이는 비KS 인증 수입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최근 수입량 통계를 볼 때 원자재비를 아끼기 위해서 비KS 인증 철강 사용을 몰래 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KS 인증을 받지 않은 값싼 중국산 H형강에 '마구리판'으로 불리는 철판을 용접한 후 '기타 철구조물'로 수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몇몇 건설사들이 이를 이용해 중국 내부의 철강 제조사, 국내 유통사들과 합심해 저렴한 값으로 자재들을 조달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철강 자재들을 사용하는 건설사들의 양심에 맡겨야한다는 터무니 없는 대답만 되풀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 현장에서 해외 건설 자재 등이 싸게 공급되기 때문에 비KS 인증 철강들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용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개별 철강 제품들을 국토부가 조사하고 적발하기는 힘든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재 문제는 건축물에 거주하는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아무리 공공연하게 통용되던 꼼수라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며 "수입 철강들에 대한 세관 절차를 강화하는 방법이나 정부나 협회 차원에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등 지금보다는 유효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프레스맨]

 

저작권자 © 프레스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